치매 시대, 노후 자산을 지키는 3가지 방법

밤에 잠자리에 들었을 때 이유 없이 온몸이 쑤시고 아픈 날에는 문득 이런 생각이 스칩니다. ‘지금 가진 돈으로 내가 죽을 때까지 버틸 수 있을까?’젊을 때는 쉽게 밀어낼 수 있는 질문이지만, 몸이 아프고 삶이 불안해질수록 이 질문은 점점 현실이 됩니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중년 이후 경제적 불안과 건강 악화가 동시에 찾아오는 시기를 겪습니다. 병원비가 걱정되고, 통장 잔고를 들여다보는 횟수가 늘어납니다. 그런데 우리가 간과하는 한 가지 큰 위험이 있습니다. 노후 자산은 병이나 사고보다 먼저, ‘사람’에 의해 사라질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내 노후 자금을 탐내는 사람이 가족이라면?

노후 자산을 위협하는 가장 큰 위험이 보이스피싱이나 외부 사기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다릅니다. 여러 통계와 실제 사례를 보면, 노인의 돈을 빼앗는 가해자의 상당수는 가족, 요양보호사, 지인입니다. 특히 치매나 인지 저하로 판단 능력이 약해진 순간, 노인의 자산은 ‘조용한 약탈’의 대상이 됩니다. 이 약탈은 담을 넘는 도둑처럼 요란하지 않습니다. 서류 한 장, 도장 하나, 위임이라는 이름으로 아주 합법적인 얼굴을 하고 진행됩니다. 그렇기에 더욱 무섭습니다. 피해자는 자신의 돈이 사라지는 과정조차 정확히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150조원이 넘은 치매 머니, 이미 현실이 된 위험

전문가들은 현재 우리 사회에 관리 주체를 잃은 이른바 ‘치매 머니’ 규모가 150조 원을 넘어섰다고 추산합니다. 이는 치매로 인해 스스로 자산을 관리하지 못하는 노인들이 보유한 자산을 의미합니다. 문제는 이 막대한 자금이 법과 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점입니다.





실제 사례를 보면 충격적입니다.

기초연금을 받는 노인이지만 통장을 가족이 관리한다는 이유로 본인은 단돈 1,000원도 자유롭게 쓰지 못하는 상황, 요양비가 밀렸음에도 자식의 주거를 지켜주기 위해 기초생활수급 신청조차 하지 못하는 노인, 겉으로는 효자로 보이던 자녀가 어머니의 평생 저축을 ‘어차피 받을 돈’이라며 선사용하는 사건까지 존재합니다. 이 모든 사례의 공통점은 단 하나입니다. 가족이라는 이유로 제재가 거의 없었다는 점입니다.

가족에게 주어졌던 면제부, 친족상도례

오랫동안 우리 법에는 ‘친족상도례’라는 조항이 존재해 왔습니다. 이는 가족 간 재산 범죄에 대해 형사 처벌을 제한하거나 면제하는 제도입니다. 가정 내부의 문제에 국가가 개입하지 않겠다는 취지였지만, 현실에서는 노인 경제적 학대를 방치하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다행히 2024년 6월, 헌법재판소가 이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고, 2025년 말까지 제도 개선이 예고되었습니다. 하지만 법 개정과 제도가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기 전까지는 개인이 스스로 대비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입니다.





제도는 있지만, 현실은 멀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후견인을 세우면 되지 않느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현실은 냉혹합니다. 치매 환자 중 후견인이 지정된 비율은 1%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비용 부담, 복잡한 절차, 그리고 무엇보다 후견인의 대부분이 가족이라는 구조적 한계 때문입니다. 또한 일부 요양시설에서 발생하는 금전 관리 문제 역시 간과할 수 없습니다. 간식비, 비급여 비용 명목으로 반복적인 인출이 이루어지거나, 사망 직전 자금을 인출하는 사례도 실제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치매는 남의 일이 아닙니다. 65세 이상 인구의 약 10%가 치매를 겪고 있으며, 85세 이상 고령층에서는 그 비율이 절반에 가깝습니다. 초고령 사회로 진입한 지금, 치매는 예외가 아니라 확률의 문제입니다. 준비하지 않으면, 노후 자산의 운명은 전적으로 타인의 양심에 맡겨질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 당장 준비해야 할 세 가지 안전장치

다행히 개인이 실천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은 존재합니다.

첫째, 치매 안심 신탁입니다.

은행이나 공공기관을 통해 자산을 신탁하고, 치매 발생 시에도 병원비와 생활비만 제한적으로 지급되도록 설정할 수 있습니다. 자산의 소유권과 사용 목적을 명확히 법적으로 고정하는 장치입니다.

둘째, 임의 후견 제도입니다.

정신이 온전할 때,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나 전문가를 미리 후견인으로 지정해 두는 제도입니다. 문제가 발생한 이후에는 이미 늦습니다.

셋째, 지연 인출 및 알림 서비스입니다.

고액 인출 시 일정 시간 지연을 두거나, 지정한 제3자에게 알림이 가도록 설정하면 갑작스러운 자금 유출을 상당 부분 막을 수 있습니다.

노후 자산을 지킨다는 것의 의미

우리는 흔히 “피는 물보다 진하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은 때로 피보다 더 강한 시험대가 됩니다. 통장이 비는 순간, 노후의 존엄과 선택권은 함께 무너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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