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년간의 노인 실태 조사에 따르면 어르신 10명 중 9명은 무의미한 연명
치료를 원하지 않는다고 응답하셨다고 하는데요. 그리고 지난해 말 기준, 사전
연명의료의향서에 서명하신 분들은 이미 250만 명을 넘어섰다고. 이는 단순한
수치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인식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는 명확한
증거입니다.
하지만 많은 가정에서는 막상 그 순간이 닥치면 감정과 판단이 뒤섞여 가족 간
갈등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꺼리는 문화적
침묵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습니다. 이제는 이러한 대화를 '죽음을 말하는 것'이
아닌, '삶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인식해야 할 시점입니다.
웰다잉, 삶의 마지막까지 존엄하게
최근 들어 '웰다잉(Well-Dying)'이라는 개념이 점차 확산되고 있습니다. 단순히
생을 마감하는 것이 아닌, 자신의 마지막을 스스로 설계하고 준비하는 과정을
뜻합니다. 부모님의 삶을 존중하고 그들의 마지막 순간까지 의미 있게 도와드리는
것은 자녀로서 실천할 수 있는 최고의 효도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준비는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요? 구체적인 실천 방안을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의료 의향: 사전 연명의료의향서 작성
연명의료 결정법에 따라, 2018년부터는 본인의 의지로 연명치료를 거부할 수 있는
‘사전 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문서는 단순한 종이가
아닌, 법적 효력을 지닌 공식 문서입니다. 회복 가능성이 없는 상태가 되었을 때,
심폐소생술, 인공호흡기, 혈액투석 등의 무의미한 연명 치료를 받지 않겠다는
본인의 선택을 국가 시스템에 미리 등록해 두는 것입니다. 작성 방법은 어렵지
않습니다. 가까운 보건소, 건강보험공단 지사, 또는 지정 의료기관에서 무료로
상담과 작성을 진행할 수 있으며, 만 19세 이상이라면 누구나 신청 가능합니다.
중요한 점은, 이 서류가 '치료 거부'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고통을 덜어주는 진통
조절, 수분과 영양 공급 등 기본적인 돌봄은 끝까지 제공됩니다. 이는 생명의
연장이 아닌 존엄의 보존을 위한 결정입니다.
호스피스와 완화의료 이해하기
아직까지 우리 사회는 ‘호스피스’라고 하면 죽음을 기다리는 공간이라
오해하십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남은 삶을 가장 인간답고 평안하게 보내도록 돕는
적극적인 의료 서비스입니다. 의학적 치료가 더 이상 효과가 없을 때, 불필요한
고통을 줄이고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을 늘리며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이
목표입니다. 실제 통계에 따르면 호스피스를 이용한 가족들의 만족도는 97%로,
일반 임종기 의료시설 만족도인 69%보다 훨씬 높습니다. 부모님께 이러한
이야기를 전할 때, "병원에서 보내는 것이 좋으세요, 아니면 집에서 가족들과
함께하는 게 더 편하세요?" 같은 질문으로 자연스럽게 대화의 문을 여는 것이
좋습니다. 돌봄에 대한 대화는 곧 사랑의 표현입니다.
상속 사전 계획: 물질과 마음의 사전 정리
유산이라고 하면 대부분 부동산이나 금융자산을 떠올리시지만, 디지털 자산과
마음의 유산도 중요합니다. 최근 SNS, 사진, 이메일, 카카오톡 등 디지털 공간에
남겨진 흔적들이 가족 간 갈등이나 개인정보 유출의 원인이 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디지털 유산 정리도 반드시 논의되어야 할 중요한 부분이
되었습니다. 또한, 재산 분쟁을 줄이기 위해서는 공식적인 유언장 작성이 꼭
필요합니다. 더불어 최근에는 ‘윤리적 유언’ 또는 ‘레거시 레터’라고 불리는
편지를 통해, 가족에게 전하지 못한 감사의 말, 삶의 교훈, 사과와 사랑의
메시지를 전할 수 있습니다. 이는 물질보다도 훨씬 더 가치 있는 마음의 유산이
될 수 있습니다.
자연스럽고 현명한 가족간 대화
“이런 이야기를 어떻게 꺼내야 할까?”라는 고민이 클 수 밖에 없을 텐데요.
아래와 같은 방법을 활용해 자연스럽게 대화를 시작해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드라마나 뉴스에서 존엄사, 연명치료 관련 장면이 나올 때 슬쩍 여쭤보세요.
“어머니라면 저런 상황에서 어떻게 하실 것 같으세요?”와 같이 대화를 유도해
보시면 자연스럽게 의향을 들을 수 있습니다. 또는 가족 앨범을 함께 보며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이어갈 수 있습니다. “어머니의 마지막 순간도 이 사진처럼
아름답게 마무리되었으면 좋겠어요”와 같은 말로 분위기를 이어가면 됩니다.
그리고 자녀 또한 자신의 미래 모습에 대해 솔직하고 담담하게 “저는 나중에 의식
없이 기계에만 의존하는 삶은 원하지 않으며 자연스럽게 떠나고 싶다.. 라는
의견을 부모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는 지를 여쭈어 보아 자식의 생각을 들으신
부모님도 편하게 이야기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진정한 효도는 삶의 마지막을 존중하는 것
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하는 일은 죽음을 앞당기는 것이 아닌, 남은 삶을 더욱
의미 있게 보내기 위한 준비입니다. 부모님의 마지막 뜻을 묻는 일은 어쩌면
자녀가 드릴 수 있는 가장 큰 효도일지도 모릅니다. 지금이 바로 그 이야기를
시작할 때입니다.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진정한 웰다잉을 준비해 보시기
바랍니다.
지난 포스팅에서 살펴 본 자녀에게 상속빚이 넘어가게 하지 않기 위해 주의해야 할
내용에 대해 궁금하시다면 위의 링크를 통해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